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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자연인이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오는데 로비에서 전남편이 낯선 여자와 웃고 있었다. 손끝이 저릿했다. 방금 십 년을 정리하고 나온 참이었다. 그런데 저 웃음소리는 처음 보는 거였다. 결혼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저렇게 편하게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는데. 여자는 나를 보지 못했다. 아니, 보고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택배 상자를 열자 십 년 전 죽은 줄 알았던 그 사람의 필체가 적힌 편지가 나왔다. 손이 떨렸다. 상자 겉면엔 발신인 이름이 없었다. 그저 낯익다 못해 지겹도록 그리웠던 글씨체로 내 이름 석 자만 적혀 있었다.”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이름을 불렀는데 그건 아빠도 나도 아니었다. "정민아..." 엄마는 산소마스크 밑에서 몇 번이고 그 이름을 되뇌었다. 나는 아빠의 얼굴을 봤다. 아빠도 나만큼이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반으로 접어 서랍에 넣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떨어진 건가. 다른 지원자들의 이력서는 여전히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접혀서 서랍에 들어간 건 내 것뿐이었다.”
“이거 뭐임?”
“그가 떠난 지 삼 년 만에 나는 그의 새 책 표지에서 내 얼굴을 발견했다. 서점 신간 코너에 놓인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옆모습, 목선, 하다못해 왼쪽 귀 뒤의 작은 점까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