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를 열자 십 년 전 죽은 줄 알았던 그 사람의 필체가 적힌 편지가 나왔다. 손이 떨렸다. 상자 겉면엔 발신인 이름이 없었다. 그저 낯익다 못해 지겹도록 그리웠던 글씨체로 내 이름 석 자만 적혀 있었다.
test10그 사람은 대학 시절 가장 친했던 선배였다. 스물다섯 겨울, 등산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신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눈사태였다고, 그해 뉴스에도 잠깐 나왔었다. 나는 삼 일 밤낮을 울고 나서야 겨우 밥을 삼켰다.
test11봉투 안엔 편지지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첫 줄을 읽자마자 심장이 내려앉았다. "토끼야, 많이 놀랐지." 토끼. 그 사람만 나를 그렇게 불렀다. 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test12편지는 이렇게 이어졌다. "미안해. 죽은 척해야 했어. 그때 산에서 내가 본 걸 어떤 사람들은 내가 못 봤다고 믿게 만들어야 했거든. 그게 나랑 너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어."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본 것? 지켜야 했다니, 뭘로부터.
test13편지를 계속 읽었다. "그날 산에서, 나는 우리 다섯 명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절벽 아래로 미는 걸 봤어. 사고가 아니었어. 그리고 그 사람은... 너희 집이랑 얽힌 사람이었지."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해 사고로 죽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걸, 나는 그제야 기억해 냈다.
test14그 사람은 아빠 사업 파트너의 아들이었다. 사고사로 처리됐던, 유일하게 시신이 온전히 발견됐던 사람. 편지는 계속됐다. "네가 그 일을 알면 위험해질까 봐, 나는 차라리 없는 사람이 되기로 했어. 죽은 사람은 증언할 수 없으니까." 나는 편지를 쥔 손을 떨었다.
test15편지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제 뉴스 봤어. 그 사람, 지난달에 죽었대. 이제는 말해도 아무도 다치지 않아. 그래서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편지를 보내." 나는 곧장 인터넷 뉴스를 검색했다. 정말이었다. 사업가 한 명의 부고 기사가 사흘 전 날짜로 떠 있었다.
test16화가 났다. 십 년이었다. 그 사람이 죽었다고 믿으며 보낸 십 년. 동시에 안도감도 밀려왔다. 그 사람이 정말로, 살아 있었다. 편지 봉투 안쪽에는 전화번호 하나가 더 적혀 있었다. 낯선 번호였다.
test17나는 그 밤, 몇 번이나 번호를 눌렀다 지웠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저편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토끼야?" 십 년 만에 듣는 그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울었다.
test18우리는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다. 그가 죽은 줄 알았던 그 도시, 그 산 아래 작은 카페에서. 전화를 끊고 나는 택배 상자를 다시 들여다봤다. 편지 아래, 작은 쪽지 하나가 더 있었다. "이제 진짜 이름으로 살아도 될까, 물어보고 싶었어." 나는 답장 대신, 그 밑에 한 줄을 적어 보내기로 했다. "이제 어디에도 숨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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