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이름을 불렀는데 그건 아빠도 나도 아니었다. "정민아..." 엄마는 산소마스크 밑에서 몇 번이고 그 이름을 되뇌었다. 나는 아빠의 얼굴을 봤다. 아빠도 나만큼이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test10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그 이름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친척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고개를 저었다. "정민이? 처음 듣는데." 병원 간호사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임종 직전에는 오래전 기억이 먼저 돌아온다고.
test11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낡은 상자 하나를 찾았다.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아빠도 처음 보는 상자라고 했다. 결혼 전부터 있었던 물건 같다고.
test12열쇠공을 불러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작은 배내옷 한 벌, 색이 바랜 손목 밴드, 그리고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손목 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OOO 산모, 남아, 정민." 날짜는 내가 태어나기 칠 년 전이었다.
test13아빠는 그 밴드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네 엄마, 나 만나기 전에... 결혼한 적이 있었어." 나는 몰랐다. 아빠도 정확히는 몰랐다고 했다. 그저 예전에 짧게 결혼했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아이가 있었다는 건 처음 듣는 소식이었다.
test14동사무소에서 옛 가족관계 서류를 뗐다. 정민이라는 아이는 태어난 지 열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선천성 심장 질환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엄마는 이혼했다.
test15그러고 보니 매년 3월이면 엄마는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그날은 청소도, 살림도 다 미뤄두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나는 그게 그냥 엄마의 유별난 습관인 줄 알았다. 이제야 알았다. 그날이 정민이의 생일이었다는 걸.
test16아빠는 그날 밤 오래도록 상자를 끌어안고 있었다. "왜 나한테도 말 안 했을까." 아빠가 중얼거렸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어쩌면 엄마는,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자신에게만 허락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test17서류에 적힌 화장 기록을 따라가 보니, 정민이는 한 봉안당의 무연고 구역에 안치되어 있었다. 삼십 년 넘게 아무도 찾지 않은 자리였다. 아빠와 나는 처음으로, 그 아이를 만나러 갔다.
test18작은 이름표 하나를 새로 달아주고 왔다. "정민, 사랑받은 아이."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말했다. "엄마는 마지막에 드디어, 그동안 못 불러본 이름을 부른 거였네." 나는 그제야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우리를 잊은 게 아니라, 평생 삼켜온 이름을 마지막으로 꺼내놓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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