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반으로 접어 서랍에 넣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떨어진 건가. 다른 지원자들의 이력서는 여전히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접혀서 서랍에 들어간 건 내 것뿐이었다.
test10면접관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불쑥 물었다. "혹시...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력서에 적힌 이름과 상관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당황한 채로 아버지 이름을 말했다.
test11면접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실례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같이 앉아 있던 다른 면접위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test12기다리는 동안 나는 초조했다. 아버지가 이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이직 후 한동안 매일 술을 마시며 회사 이름 하나를 원망하듯 되뇌던 시절이 있었다. 그 회사가, 지금 이곳이었다.
test13십 분쯤 지나 면접관이 돌아왔다. 그는 자리에 앉기 전에 먼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십 년 전, 아버님이랑 같은 팀이었던 사람입니다."
test14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십 년 전, 회사의 부실 회계를 아버지가 발견해 위에 보고했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아버지가 오히려 횡령범으로 몰려 조용히 해고당했다는 것이었다. "저도 그때 알고 있었어요. 근데...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test15나는 말을 잃었다. 아버지가 그 시기 왜 그렇게 무너져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우리 가족이 몇 년간 힘들었던 이유, 아버지가 다시는 그 업계로 돌아가지 못했던 이유. 이력서를 접어 서랍에 넣은 건, 그가 그 죄책감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다는 걸 알았다.
test16면접관이 말을 이었다. "이력서를 보자마자 알아봤어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test17그는 서랍을 열어 이력서를 다시 꺼내 책상 위에 반듯하게 펴 놓았다. "이 회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적어도 이건 할 수 있습니다. 아버님 기록, 정정 요청 넣겠습니다. 그리고 지원자님은... 이 자리에 정말 잘 어울리는 분이네요."
test18면접이 끝나고 회사를 나서는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면접 어땠냐고 묻는 목소리였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아빠, 그 회사 기억나? 나 오늘 알았어. 아빠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었다는 거." 전화기 너머로 오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아주 작게, 아버지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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