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지 삼 년 만에 나는 그의 새 책 표지에서 내 얼굴을 발견했다. 서점 신간 코너에 놓인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옆모습, 목선, 하다못해 왼쪽 귀 뒤의 작은 점까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했다.
test10책을 사서 그 자리에서 첫 장을 넘겼다. 주인공 이름은 달랐지만, 첫 문장부터 낯익은 장면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비 오는 정류장 이야기였다.
test11검색해 보니 이 책은 그의 세 번째 소설이었다. 앞선 두 권도 다시 찾아 읽었다. 세 권 모두, 조금씩 다른 이름과 배경으로,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와 그의 이야기였다.
test12화가 났다. 그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삼 년 동안 나를 팔아 책을 썼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 내가 가장 감추고 싶었던 순간들까지 소설 속에 다 들어 있었다.
test13마침 다음 주 그의 북토크가 잡혀 있었다. 나는 신청서를 냈다.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그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test14북토크가 끝난 후, 나는 사인회 줄 맨 끝에 섰다. 내 차례가 되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가, 나를 보고 펜을 떨어뜨렸다. "...왔구나." 그가 말했다. 마치 언젠가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test15우리는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미안해. 근데 이거 말고는,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도망쳤는지 정리할 방법을 못 찾겠더라."
test16그가 말을 이었다. "나 그때 많이 안 좋았어. 병원도 다녔고. 근데 그거 너한테 말하면 네가 나 때문에 발 묶일까 봐, 그냥 나쁜 놈으로 남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떠난 이유가,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test17나는 오랫동안 그를 원망하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 그 원망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책에 쓰기 전에." 내가 겨우 말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다음 권부터는, 먼저 보여줄게. 그래도 된다면."
test18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표지는 이제 그만. 근데 이야기는... 계속 써도 돼. 대신 진짜 내 허락 받고." 그가 처음으로 안심한 얼굴로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보며, 삼 년 만에 처음으로 그 표지 속 얼굴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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