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해 들어간 헌책방. 먼지 냄새 속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편지.
비가 예고 없이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골목을 걷던 나는 가장 가까운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고, 그곳이 마침 헌책방이었다. 문을 열자 먼지와 낡은 종이 냄새가 훅 들어왔다. 주인 할아버지는 나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책장 너머로 사라졌다. 들어오라는 건지 나가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밖은 폭우였다. 나는 천천히 책꽂이 사이를 걸었다. 손때 묻은 소설들, 누렇게 바랜 잡지들, 제목조차 지워진 작은 책들. 그러다 한 권을 꺼내 펼쳤을 때, 얇은 편지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편지지는 오래되어 반으로 접힌 자국이 굳어 있었다. 나는 줍기 전에 잠깐 망설였다. 이걸 읽어도 되는 걸까. 빗소리가 더 세졌다.